23년 2월, 눈여겨볼만한 한글 무료폰트

바야흐로 한글 무료 폰트 범람의 시대다. 폰트 저작권 전쟁의 반작용일까?

2023-02-20

개인이 만든 오픈 소스 폰트에서부터 소규모 브랜드, 대기업, 지자체 폰트까지, 무료폰트가 넘쳐 흐르고 있다. 무료폰트가 많아지기 전에는 디자이너가 무료폰트를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당시 무료폰트는 기업서체로 브랜드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개성이 과하거나 키치한 형태로 디자인된 경우가 많았다. 또는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취미로 무료폰트를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 등, 아무래도 예전의 무료폰트는 글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다양한 기획과 배경을 지닌 무료폰트가 등장하고, 구글이나 어도비 등 대기업이 전문 타입디자이너에게 단순 브랜드 홍보 목적이 아닌 무료 폰트를 정식으로 의뢰하기도 하면서 2023년 현재 판도는 조금 달라진 것을 느낀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제는 ‘무료 폰트’라고 해서 무조건 퀄리티까지 값싸지는 않다는 것이다.

2023년 2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눈여겨볼만한 한글 무료 폰트 일부를 소개한다.

Mapo 다카포

free fonts.png 마포구의 ‘마포자모’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임혜은 디자이너의 Mapo 다카포. 이 폰트를 처음 봤을 때 흘려쓴 한글도 이렇게 우아하면서 동시에 젊어보일 수 있구나!를 느꼈다. (주로 흘림계열은 올드해보이기 때문에…) 다만 기호활자는 조판할 때 글자 간격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트래킹’을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무료로 쓰기 죄송할 만큼 예쁜 폰트이지만 마포구에서 계속 업데이트 해주셨으면 하기를 바라는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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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아삭단감체

free fonts-2.png 창원시와 윤디자인에서 제작한 창원아삭단감체. 이제는 한글 폰트도 이런 과감한 디자인의 글자를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웠다. 라틴 폰트에서 보이는 다양한 디자인이 한글 폰트에는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는데 한글 폰트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어 기쁘다. (특히 이런 Superfat 계열의 폰트는 흔치 않다.) 디자인에 아삭한(!) 위트를 주고 주목성을 높이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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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렛

free fonts-4.png 둥켈산스로 잘 알려진 함민주 디자이너의 함렛. 독특하면서도 어딘가 향수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웨이트도 야주 얇은 Thin부터 아주 두꺼운 Black까지 무려 9개나 있어, 웨이트 옵션이 거의 없다시피한 한글 세리프 폰트계에 한 줄기 빛을 내려준다. 구글 폰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반가운 글자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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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돋움

free fonts-1.png 류양희 디자이너의 고운 돋움. 고운한글 시리즈는 최소 10년도 더 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귀한 폰트였는데 구글 폰트에 출시되었다니 기쁜 소식이었다. 다만 2023년 감성에서 보면 글골의 구조에서 2010년대의 그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듯, 따뜻하고 고운 기품은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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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산스

free fonts-5.png 현대백화점과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개발한 해피니스산스. 무난하게 쓰기 좋은 평범하고 깔끔한 고딕인 것 처럼 보이지만, 제목용과 본문용으로 구분되어 있고 그 둘의 디자인이 살짝 다른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서체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명랑하고 즐거운 타이포그래피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구경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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