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디자인의 오만과 편견

나를 포함, 내가 만나본 폰트디자이너는 종종 고집스럽고 오만한 경우가 많았다.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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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폰트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일까? (그런데… 전문성이 필요 없는 영역도 있나?) 물론 전문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의 부재로 인한 무분별한 품질 저하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필드에 대한 과도한 신격화이다. 조금 세게 표현하자면, ‘자기모에화’를 조심해야 한다. 폰트디자인은 수많은 디자인 영역 중 하나일 뿐, 특별하지도, 우월하거나 열등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 분야의 디자이너들에게서 가끔 은은한 오만함 혹은 선민의식을 느낀다. 기분 탓일까?

폰트디자이너가 본인의 시각에서 사용자를 안 좋게 판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좋아하는 폰트를 본인의 시선에서 급이 낮다고 무시하는 경우, 또는 사용자가 폰트의 자간 등 디폴트를 변형해서 쓰면 불쾌해하는 경우(*주의: 라이선스에 따라 폰트 파일의 변형은 불법일 수 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관련 용어를 틀리면 계몽하려고 드는 경우 등…

폰트 오남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가라면, 사용자에게 아쉬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더 나은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못생긴(?) 폰트를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폰트를 많이 만든다든지, 폰트 사용 가이드라인을 읽기 쉽게 만들어 제공한다든지, 사용자의 실제 수요에 부합하는 폰트를 기획한다든지…

사용자가 알아서 폰트를 잘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라고 한다면 그 의견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공급자의 배타성이 지나치면 안된다. 읽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쓰인 보험약관 글자와 같은, 악의적 디자인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결과적으로 폰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다른 폰트디자이너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